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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我聲高處

할아버지가 되고 보니 할아버지 생각이 난다

by 높은산 언덕위 2015. 11. 25.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살 때에 더운 여름이면 점심 시간과 저녁 시간 전에 가끔씩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머위 잎을 뜯어 오거나 피마자 잎을 뜯어 왔던 기억이 납니다.어머니는 그것들을 살짝 데쳐서 매운 고추 등과 함께 식탁에 내왔고,땡볕에 일하느라 지친 어른들은 그러한 재료로 쌈을 싸서 먹곤 하였습니다.어린 저희들도 영문도 모르고 어른들을 따라서 매운 고추를 먹다가 눈물을 흘리고,피마자 잎이나 머위 잎으로 쌈을 싸먹었는데 그 쓴맛의 고약함 때문에 혼이 났던 생각이 납니다.그런데 어른이 돼서 알고보니,덥고 일이 힘들 때에 어른들이 먹었던 쓴맛과 매운 맛이 여름 더위에 지친 몸을 회복하여 주는 좋은 음식 이었습니다.어른들이 책으로 배우지는 않았지만 조상으로부터 물려 받은 생활의 지혜였습니다.나는 그런 전통적이고 한국의 고유한 것을 좋아합니다.오늘날 서양 사회는 많이 변하고 우리와는 많이 다릅니다만 이곳에서 만나는 유럽인들 특히 우크라이나와 같은 동 유럽에서 살다가 온 나이드신 분들과 이야기 해보면 그들도 소뼈를 밤새 고아 마셨다거나, 산에서 나는 버섯을 채취하여 사용하였고 ,산야에 자라는 약초와 나물을 뜯어 양식에 보탰다는 이야기를 합니다.그들도 우리 조상들처럼 배가 아프고 머리가 아플때 등등에 어떤 풀과 약초가 좋은지를 알고 있었습니다. 무학이셨던 저희 할아버지가 많은 자식들과 손자 손녀들의 건강을 위해서 할아버지 사랑방 천장에 봉지 봉지 한약재를 달아 놓으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혹 자식들이 탈이라도 나면 우리는 잘 모르는 약재를 달여서 마시게 했었고 금방 아픈것이 나았습니다.할아버지는 집안의 가장이셨고, 의사였고,투철한 신앙인이셨고 모든 일을 잘 하시는 아주 훌륭한 분이셨습니다.어제 손녀가 왔다가 두밤을 자고 갔는데 많이 그립습니다.비록 50년도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시지만 오늘따라 많이 그립습니다"(홍성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