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 저는 종종 아버지를 따라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러 다녔습니다. 집에서 몇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작은 채소밭이 있었는데, 밭에는 철마다 해 주어야 하는 일이 참 많았습니다. 정자를 손질하고, 울타리를 세우거나 손봐야 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일하러 가는 날이면 꼭 엄청나게 춥거나 눈비가 세차게 퍼부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 일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아버지는 제게 인내하고 받아들이며 일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는 제게 나사못을 조여 보라고 하시며 “조심해, 너무 꽉 조이면 망가져 버리니까.” 하고 주의를 주셨습니다. 저는 잘할 수 있다는 걸 자신 있게 보여 드리고 싶어서, 힘껏 나사못을 조였습니다. 당연히 못은 망가져 버렸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농담 한마디로 웃어넘기셨고 우리는 다시 시작했습니다. 제가 일을 “망쳐도” 아버지는 항상 사랑을 보이며 저를 믿어 주셨습니다. 돌아가신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사랑으로 저를 격려하며 받아들여 주시는 그분의 마음이 느껴집니다.(2013-04,에릭 더블유 코우피쉬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