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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주님의 집·성전

세속에 물들지 아니하며

by 높은산 언덕위 2015. 12. 25.

해 전, 나는 밤늦게 실시하는 성전 청소를 하기 위해 유타 바운티풀 성전에 갔다. 청소하러 모인 사람들 수에 놀라며, 잠시나마 일부를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된다면 자원해서라도 일찍 떠날 마음이었다. 그러다 마음속으로 빈정댔다. 물론 일찍 가라고는 절대 안 하겠지. 우리 모두를 일꾼처럼 부려먹을 일을 찾아내겠지. 우리를 2시간 내내 이곳에 붙잡아 두는 게 자기들 의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예전에 청소하러 왔을 때 나는 한 시간이나 넘게 옷 터는 일을 했는데, 사실 그 옷들은 털어도 먼지조차 나지 않는 옷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청소가 별로 필요해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두 시간 동안 성전을 청소하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분명 나는 그날 밤 봉사하려는 소망보다는 의무감에서 성전에 왔다.

우리 조는 영적 모임을 하는 조그만 예배실로 안내되었다. 그런데 성전 관리자가 영적 모임을 집행하며 한 말이 성전 청소 임무를 바라보는 내 시각을 영원히 바꾸어 놓았다. 그분은 우리가 성전에 온 것을 환영하며, 우리는 청소가 필요 없는 것들을 깨끗하게 하려고 그곳에 온 것이 아니라 주님의 집이 더러워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상에 있는 정말 성스러운 곳 중 하나인 이곳을 맡은 청지기로서 우리는 성전을 때 묻지 않게 지켜야 할 책임이 있었다.

그분의 말씀이 가슴속에 사무쳤고, 나는 주님의 집을 보호해야겠다는 새로운 열정으로 내가 맡은 곳으로 갔다. 나는 부드러운 페인트 솔로 문틀의 작은 틈새며 굽도리널(벽이 마루와 접하는 부분에 설치하는 횡목-옮긴이), 식탁과 의자 다리 등에서 먼지를 털어냈다. 예전에 이 임무를 맡았더라면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아무렇게나 먼지를 털어내며 바쁘게 보이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솔로 미세한 틈 사이 먼지까지도 털어내려고 했다.

이 일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부담되는 일이 아니었기에, 나는 일하는 동안 생각에 잠길 수 있었다. 나는 그동안 집 안 청소를 할 때 그러한 미세한 곳에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이 맨 처음 보게 될 만한 곳만 청소하며, 가족과 나만 아는 곳은 신경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깨달았다.

나는 그 다음으로 내 복음 생활도 이와 비슷했던 적이 있었음을 떠올렸다. 당시에는 주변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원리나 임무 지명은 그런대로 해 나가려 했지만 내 가족이나 나만 아는 것은 무시하는, 그런 삶을 살았다. 교회에 나갔고, 부름도 있었고, 지명받은 임무도 수행했으며, 방문 교육도 했지만 모두 다 와드 회원들 눈에 잘 띄는 일들이었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성전에 간다든지, 개인적으로나 가족과 함께 경전 공부나 기도를 한다거나 가정의 밤을 하는 것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나는 교회에서 공과도 가르치고 말씀도 했으나 때때로 사람들과 함께할 때 가슴속에 참사랑이 부족했다.

성전에서 보낸 그날 밤, 나는 들고 있던 페인트 붓을 살펴보며 이렇게 자문했다. 내 삶에서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작은 틈은 어떤 것이 있을까? 나는 내 삶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부분을 반복해서 깨끗이 하기로 계획하는 것보다 그러한 부분이 절대 더러워지지 않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결심했다.

나는 ?세속에 물들지 아니하[도록]?(야고보서 1:27) 해야 한다는 점을 들을 때마다 성전 청소를 하며 배운 교훈을 기억한다. 

(줄리 톰슨 2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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