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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주님의 집·성전

마지막 쪽을 보라

by 높은산 언덕위 2015. 12. 25.

교회 회원이 되었을 때 나는 가족 역사 사업을 하고 싶은 소망이 무척 컸다.

나는 공식 기록에 남아 있는 조상의 정보를 찾기 위해 지역 기록 보관소를 찾기 시작했다.
이 일을 하면서 성취감도 느꼈지만, 과정이 늘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오래 전에 손으로 써 놓은 글씨는 판독하기 어려웠고, 어떤 책은 곰팡이가 피어 천식을 앓는 내 기관지를 자극했다. 하지만 나는 최선을 다해 조사를 계속했다.
하루는 할아버지에 관한 기록을 조사하며 그분의 생년월일을 찾고 있었다.

나는 1,500쪽이나 되는 책을 발견했는데, 왠지 내게 유용할 것 같았다.

하지만 ‘필요한 답이 거기에 없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자 그 두껍고 먼지가 뽀얗게 앉은 책을 뒤적이는 게 두려워졌다.
나는 낯익은 이름이 눈에 들어오길 바라며 책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갑자기 누군가 “마지막 쪽”이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그런 말을 한 사람은 없는 듯 보였다.

계속해서 몇 쪽을 더 읽었다. 그러자 똑같은 음성이 다시 들렸다.

마지막 쪽.” 조금 머뭇거리며 나는 마지막 쪽을 살펴보기로 했다.

그 면에는 으레 “태어난 자녀의 개요 및 총 쪽수”라는 내용이 적혀 있을 것이었다.

그럼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지막 쪽 이전 장을 살펴보았으나 유용한 정보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까 읽고 있던 부분으로 돌아갔다.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가 끈덕지게 “마지막 쪽!”이라고 속삭이며 생각을 흩트렸다.

나는 마지막 쪽을 다시 살펴보기로 하고 이제는 눈에 익은 그 기록을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그러자 조금 전에 놓쳤던 뭔가가 보였다.

뒤표지 안에 한 장이 더 끼어져 있었다.

그 종이에서 손으로 갈겨쓴 글씨를 읽으면서 나는 12월 말 무렵에 태어난 아이들의 이름을 보았다.

거기서 나는 할아버지의 이름을 발견했으며 그분이 언제 어디서 태어나고 침례 받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놀라웠고, 필요한 정보를 찾도록 인도받은 것에 관한 감사함이 마음에 가득 찼다.
가족 역사는 어려울 때도 있지만, 나는 하나님이 우리가 할 일을 인도하시고 도와주심을 안다. ◼
(우크라이나에 사는 나탈리아 쉬체르바코바가 파브리나 우비코에게 전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