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자란 곳은 작은 농촌이었는데 물은 그
곳의 경제 생활에서 생명의 피처럼 매우 중요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비, 수자
원 이용권 및 물에 관한 것을 줄곧 살피고 걱
정하며 기도하던 일이 생각납니다. 제 자녀들
은 사람이 비에 대해 그렇게 신경을 쓰는 일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저를 놀려댑니다. 그
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제 고향에서 비는 중대
관심사를 넘어 생존에 관련된 문제였기 때문이
라고 자녀들에게 얘기해 줍니다!
날씨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와 긴장 때문에
사람들은 때로 무례한 행동을 했습니다. 이웃
사람들은 한 농부가 관개 수로에서 물을 너무
많이 빼돌린다고 다투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도화선이 되어 저희 목초지 부근에 살고 있던
체트와 월트라는 사람이 싸우게 되었습니다.
이 두 사람은 함께 쓰고 있던 관개 수로에서
물을 끌어 쓰는 문제로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별일 없이 넘어갔으나 세월이 흐르면
서 두 사람의 불화는 분노와 시비로 비화되었
으며 마침내 서로 위협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7월 어느 날 아침 두 사람은 자기가 받는
물이 적다고 생각했습니다.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수로로 달려간 두 사람은 서로 상대방이
자기의 몫까지 끌어 썼다고 생각했습니다. 동
시에 수문에 당도한 두 사람 사이에는 분노에
찬 고성이 오고 가더니 몸싸움이 벌어졌습니
다. 월트는 몸집이 크고 힘이 세었습니다. 체
트는 체구가 작고 여위었지만 힘은 셌습니다.
몸싸움이 지나쳐 두 사람은 삽을 휘두르게 되
었습니다. 그만 어쩌다 월트의 삽이 체트의 한
쪽 눈에 맞아 실명을 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세월이 흘렀으나 체트는 잊지도 용서
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는 한쪽 눈을 잃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증오심만 커졌습니
다. 어느 날 체트는 광으로 가서 선반에 있는
총을 집어 든 다음 말을 타고 수로의 수문으로
달려갔습니다. 수로에 둑을 쌓아 수로를 월트
의 농장과 다른 방향으로 돌려 놓은 다음 월트
가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나타나기를 기다렸습
니다. 체트는 덤불 속에 몸을 숨기고 기다린
지 얼마 안 되어 월트가 나타나자 총을 쏴 죽
였습니다. 그러고는 말을 타고 집으로 가서 보
안관에게 전화를 걸어 방금 총으로 월트를 쏘
았노라고 털어놓았습니다.
체트가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는 법정에 배
심원으로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제 부친
은 두 사람과 가족 간에 오랜 친구라는 이유로
이를 고사했습니다. 재판에서 체트는 살인죄라
는 판결과 함께 종신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여러 해가 지난 후 체트의 아내가 부친을
찾아와 수년간 주립 교도소 생활로 건강이 나
빠진 남편에게 관용을 베풀 것을 지사에게 청
하는 탄원서에 서명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가 탄원서에 서명하고 며칠이 지나 월트의
장성한 두 아들이 저의 집에 왔는데 화가 나
있었습니다. 부친이 탄원서에 서명하자 다른
많은 사람들도 서명을 하게 됐다고 하면서 서
명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부친은 응하지 않았
는데, 건강이 나빠진 체트가 병이 들었다고 생
각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격정에서 빚어진 끔
찍한 범죄로 그는 여러 해를 감옥에서 고통을
겪었습니다. 부친은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체트의 장례식과 매장이 제대로 치러졌으면 했
습니다.
월트의 아들은 화를 내며“체트가출옥하는날
그와그가족을가만두지않겠습니다”라고말했습니다
체트는마침내석방되어집으로가서가족이지켜보는가운데운명했습니다 양쪽집안
사이에 더 이상 폭력이 없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었습니다. 앞뒷집의 어릴 때 친구인 체트
와 월트가 노여움에 사로잡혀 생을 마감하게
된 것은 참으로 비극이었다고 부친은 개탄했습
니다. 얼마 안 되는 물 때문에 서로를 용서하
지 못하고 순간의 격정으로 겉잡을 수 없는 상
황이 벌어져 두 사람의 생명을 앗아갔다는 것
은 슬픈 일이었습니다.
구세주는“너를고발하는자와함께길에있을때에급히사화하라”
고 하시면서 우리의
불화를 조기에 해결하여 순간의 격정이 육체적
감정적 잔학 행위로 비화되는 것을 막고 노여
움에 사로잡히지 말라고 명하셨습니다.
이 원리는 특히 우리의 가족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관심사가 반드시 물이 아
니더라도 우리가 불완전한 세상에 살면서 스트
레스를 받는다면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화를
낸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에 대해 우리
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화를 내야 할까
요? 트집을 잡아야 할까요? 순간의 격정이 우
리를 이기게 내버려두어야 할까요?
언젠가 브리감 영 대관장님은 기분이 상한
것을 독있는 뱀에 물리는 것에 비유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방울뱀에물릴때두가지조치를취할수있습니다 분노와두려움 혹은보복하려는생각에서뱀을쫓아가죽이는일입니다 아니면서둘러체내에서독을제거하는일입니다 후자의방법대로하면우리는살수있지만 전자의방법대로하면뱀을죽이기도전에우리가죽을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가족 사이에서 상대방의
화를 자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점을
잠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오늘날 대중 문화
에서는 용서와 친절의 미덕을 소홀히 하는 반
면 조롱, 분노 및 거친 비난을 부추기고 있습
니다. 조심하지 않으면 우리 자신의 가정에서
이러한 관행의 영향을 받아 속물처럼 그러한
처신을 하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배우자, 자
녀들, 또는 그 외의 식구들을 비난하게 됩니
다. 이기심에 찬 비방으로 우리가 가장 사랑하
는 사람들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맙시다! 우리
의 가정에서 작은 시비와 사소한 비난을 그대
로 방치해 둔다면 가족들간의 관계를 해쳐 서
로 멀어지고 학대나 이혼 사태까지 맞게 됩니
다. 그보다 독사의 독의 경우에서 배운 것처럼
서둘러 시비를 가리지 말고 조롱과 비난을 피
하며 분노와 화를 해소해야 합니다. 우리는 단
하루라도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격정을 품고 살
수는 없습니다.
월트와 체트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애굽의
요셉의 예와 비교해 봅시다. 요셉의 형들은 시
기심을 갖고 요셉을 미워했습니다. 그들은 요
셉을 죽이려고 하다가 결국 그를 노예로 팔았
습니다. 애급에 끌려간 요셉은 여러 해 동안
고생한 끝에 노예 신분에서 벗어났습니다. 이
힘든 시기에 요셉은 형제들을 저주하고 복수하
기로 마음을 먹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언젠
가 앙갚음할 생각을 하며 고통을 달랠 수도 있
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
습니다.
세월이 흘러 요셉은 바로의 2인자로 애급을
다스리는 통치자가 되었습니다. 극심한 흉년을
맞아 요셉의 형들은 식량을 구하러 애급으로
갔습니다. 그들은 요셉을 알아보지 못하고 고
위직에 있는 동생에게 절을 했습니다. 물론 요
셉은 그 자리에서 보복할 수 있는 힘이 있었습
니다. 형제들을 투옥하거나 사형에 처할 수도
있었습니다. 대신 요셉은 이런 말로 형들을 용
서했습니다. “나는당신들의아우요셉이니당신들이애급에판자라당신들이나를이곳에팔았다고해서근심하지마소서한탄하지마소서… 하나님이큰구원으로당신들의생명을보존하고당신들의후손을세상에두시려고나를당신들보다먼저보내셨나니그런즉나를이리로보낸이는당신들이아니요하나님이시라”
용서하려는 요셉의 뜻은 원한을 사랑으로
바꾸었습니다.
저는 죄를 용서하는 것을 악을 묵인하는 것
과 혼동하지 말 것을 분명히 해 둡니다. 주님
은 요셉 스미스 역에서“의로운비판을하라…”
고 말씀하셨습니다. 구세주께서는 종류에
관계없이 어떤 악이든 물리칠 것을 우리에게
당부하십니다. 우리를 해친 이웃을 용서해야
하지만, 우리는 해를 입히는 일이 반복되지 않
도록 긍정적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학대를
받은 여성은 복수를 하려고 해서는 안 되지만
반복적인 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거래에서 부
당한 대접을 받은 사업가는 부정직한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 되지만 잘못을 시정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용서는 악을
덮어도 좋다는 것은 아니며 우리 주변이나 생
활에서 눈에 보이는 잘못을 무시하라는 것도
아닙니다. 죄를 퇴치하되 우리의 생각이나 행
동이 미움이나 분노에 의해 좌우되게 해서는
안 됩니다.
구세주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런고로내가너희에게이르노니 너희는서로용서해야하느니라 이는자기형제의과실을용서하지아니하는자는주앞에서정죄받음이니 큰죄가저에게있음이라”
용서가 쉽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누군가에
게서 우리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해를 입는다
면, 고통은 참을 수 없을 것입니다. 마치 고통
이나 불의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며 우
리의 선택은 복수뿐이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평강의 왕이신 그리스도는 한 차원 높
은 방법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십니다. 다른 사
람에게서 해를 입으면 용서하는 것이 어렵겠지
만, 용서하면 더 나은 미래를 펼칠 수 있습니
다. 다른 사람의 악행이 더 이상 우리의 앞길
을 막지 않습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용서하
면 우리의 삶의 진로를 선택하는 데 자유로워
집니다. 용서란 우리의 운명이 과거의 일에 얽
매이지 않고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을 마음에
품고 미래를 향해 매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
합니다.
나의 이웃을 괴롭히는 앙심의 씨앗이 우리
의 가정에 뿌리 내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리
석은 교만, 분노 및 편협한 생각을 극복할 수
있게 우리를 도와 주시도록 하나님 아버지께
기도하기 바랍니다.
“[그리스도께서 너희를용서하신것같이너희도그리하라”는 말씀처럼
그분이 우리가 용서와 사랑을 베풀도록 도와
주셔서 구세주와 이웃, 그리고 우리 자신과 친
구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말씀드립니다.
(데이비드 이 소렌슨20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