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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말씀·경전

구조를 기다리며

by 높은산 언덕위 2015. 10. 3.

2010년 8월 5일, 칠레에 있는 광산 내부의 바위가 붕괴되는 대형 사고로 33명의 광부가 갇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땅속 700미터에 있는 수직 갱도와 비좁은 안전 구역뿐이었다. 상황은 비관적이었다. 광부들은 머리 위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약 800미터가량의 바위 때문에 가족과 집으로부터 분리되어 있었고 약간의 물과 식량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지식과 장비가 있기는 했지만, 광산의 불안정성 때문에 목숨을 구할 어떠한 시도도 할 수 없었다. 유일한 희망은 발견되어 구조되는 것뿐이었다.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들은 체계를 세우고 물과 식량을 분배한 후, 기다렸다. 그들은 지상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렇지만 어둠 속에서 기다리며 그와 같은 희망을 붙들고 있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여러 날이 지나고, 몇 주가 흘러 버렸다. 공평하게 분배한 식량도 떨어졌다. 나 역시 인생에서 엄청난 재난을 겪은 바 있다. 귀엽고 쾌활한 여덟 살 난 아들이 바로 눈 앞에서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길 위로 아이의 피가 흐르고 아이의 영이 빠져나가 하늘 본향으로 돌아갈 때, 나는 아이의 시신을 붙들고 있었다. 아이를 살려 달라고 하나님 아버지께 간청했지만, 아들의 인생은 그렇게 계획되어 있지 않았다. 나는 슬픔의 무게에 눌린 채, 어두운 절망 속에서 길을 잃었다. 지쳤고, 안식은 불가능했으며, 필멸이라는 명제로 이해력이 흐려졌다. 상한 마음이란 실재하는 육체적인 느낌임을 알게 되었다. 따뜻한 감정이 있던 자리에는 몹시도 고통스럽고 어두운 공허감만 남았다. 나는 힘을 내어 이 국면을 이겨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많은사람이 이보다 더한 고통을 겪는다. 하지만 나는 꿈쩍도 하지 않는 바위에 갇힌 광부들처럼 내 슬픔의 무게를 들어 올릴 수가 없었다. 모두는 여러 가지 면에서 갇혀 있다고 느낄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개인적 시련이나 나약함, 혹은 인생의 어려운 상황에 사로잡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우리다 하더라도 슬픔과 괴로움을 경험하는 필멸의 삶이 우리에게 더 강하게 성장하는 시기가 된다는 사실을 알면 위로가 된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희망을 얻는다. 희망의 빛 광부들의 시련이 계속된 지 17일째 되던 날, 희망이 되살아났다. 드릴의 날 하나가 그들을 가두고 있는 바위를 뚫어 작은 수직 갱도를 만들어 낸 것이다. 갇힌 사람들은 자신들이 아직 살아 있음을 지상의 구조자들에게 알리고자 드릴의 날을 두들겨서, 빨간 매직펜으로 쓴 쪽지를 그 끝에 매달았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Estamos bien en el refugio, los 33.(우리는 대피 구역에 무사히 있어요, 33인.)” 희망이 되살아났다. 마침내 광부들이 발견되었다. 오렌지 크기쯤 되는 작은 구멍을 통해 지상과 의사소통이 이루어졌다. 물과 식량, 의약품, 사랑하는 사람들의 편지가 수직갱도를 통해 대피 구역에 있는 광부들에게 전해졌다. 자신들의 상황을 깨닫게 되면서 광부들은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발견되었다는 사실로 기쁨과 위안이 넘쳤지만, 상황은 여전히 위태로웠다. 지상에 있는 사람들이 땅속 사람들의 위치를 알더라도 구조 계획을 실행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었다. 그저 구조 계획이 성공하기를 바랄 수 밖에 없었다. 구조대는 광부들을 지상으로 데려오기까지 여러 달이 걸릴 수 있음을 광부들에게 주저하며 알렸다. 그들은 성탄절까지 광부들을 가족의 품으로 데려다 주고자 했는데 그것은 광부들이 넉 달을 더 땅속에 갇혀 있어야 함을 뜻했다. 그러나 이제 광부들은 희망을 품고 기다렸다. 우리에게도 희망의 빛이 있다. 세상이 창조되기 전에 우리를 위한 구조 계획이 수립되었다. 하나님 아버지께서는 우리를 죽음과 죄와 약함, 그리고 이 생에서의 모든 고통에서 구해 주실 구주를 마련하셨다. 그분은 희망과 생명을 주시는 분이다. 구주는 우리가 하나님 아버지께 돌아가서 먼저 떠난 사랑하는 사람들과 다시 만날 수 있는 길을 닦아 주셨다. 또 곁에 서서 우리가 지는 무거운 짐을 들어 주시고, 눈물을 닦아 주시며, 평강을 안겨 주신다. 구주께서는 우리가 그분께서 세우신 계획을 따르기만 한다면 우리를 본향으로 데려다 주고자 이곳에 오셨다. 구조 광부들을 구조하려는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앞서 광부들을 찾고자 뚫었던 작은 시험 구멍 중 한 구멍을 따라 단 하나의 드릴만이 바른 길을 통해 들어갔다. 광부들은 그들 자신이 구조되는 동안 가만히 기다리고 있지는 않았다. 그들을 구하러 드릴이 계속해서 암반을 두드리며 들어올 때, 더 작은 수직 갱도 아래로 바위가 떨어져 광부들이 갇힌 동굴 안에 쌓였다. 광부들은 더 큰 드릴이 들어올 길을 터 주며, 무너져 내린 바위를 치웠다. 구조대는 소형 캡슐을 만들어 케이블을 이용하여 좁은 수직갱도 아래로 내려 보냈다. 구조 캡슐은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크기였다. 캡슐은 단단한 700미터 암반을 따라 파놓은 수직 갱도보다 겨우 10센티미터 정도 더 작은 크기였다. 구조될 순간이 왔을 때, 광부들은 각자 선택을 해야 했다. 한 번에 한 사람씩 캡슐에 올라 홀로 올라가야 했다. 이 계획을신뢰하기로 한 사람은 캡슐이 균형을 잃어 중간에 막혀 버리는 일이 없이, 좁다란 수직 갱도를 따라 곧바로 올라가기만을 바라야 했다.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모든 희망은 사라질 것이었다. 각 사람은 캡슐에 올라타며, 자신의 뜻을 그 계획과 구조대에게 맡겼다. 광부들은 한 사람씩 어둠 속에서 빛을 향하여 올라가는 외로운 여행길에 올랐다. 온 세상 사람이 환호하며 지켜보는 가운데, 그들은 사랑하는 가족의 품에 안겼다. 구조 계획은 성공했고, 단 한 명도 잃지 않았다. 광부들이 구조된 날은 2010년 10월 13일로, 광산이 무너진 지 69일 만이며, 광부들의 생사를 확인한 지 52일째 되는 날이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를 신뢰한다
광부들이 그랬듯이 우리의 구조도 개별적인 것이다. 구원은 모든 사람에게 가능하지만, 우리와 구주의 관계는 매우 개인적인 것이다. 우리는 각자 우리의 구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뢰 앞에 자신의 뜻을 굴복시켜야 한다. 이 필멸의 삶은 영원한 존엄성이 있는 인간의 선택의지라는 토대 위에 세워졌으므로, 구주께서는 우리의 뜻을 박탈하실 수 없다. 우리에게는 선택할 자유가 있다. 구주께서는 우리 곁에 서서 상처를 치유하고 영원한 구원으로 들어 올려 주고자 기다리고 계시지만, 구주께서는 우리가 원해야만 그런 일을 하실 수 있다. 우리가 그분을 선택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오직 단 하나의 구조 계획만 있을 뿐이다. 그것은 그분의 속죄 희생 안에 있으며, 그것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분께서는 우리를 구하고자 만물 아래로 내려가셨다. 나의 구조는 아들의 죽음으로 슬픔에 잠겨 무릎을 꿇고 있을 때 찾아왔다. 캡슐에 오르는 광부들처럼 나는 중대한 기로에 섰다. 나의 힘과 지식으로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할 것인가? 아니면, 나의 하나님 아버지께 손을 내밀어 도움을 청해야 하는가? 나는 비탄의 무게에 눌린 채, 하나님께 돌이키기로 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호소하며 내가 얼마나 지쳤는지 말씀드리고 이 서글픔의 무게를 들어 올려 주시기를 간구했다. 다시 일어서기도 전에 내 양 어깨를 누르던 슬픔의 짐이 사라졌다. 여전히 고통과 상실감을 헤쳐 나가야 했지만, 감당할 수 없는 무게는 날아가 버렸다. 바로 그 순간, 나는 구주께서 곁에 서서 우리를 들어 올려 주려 기다리신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주님께서는 다만 우리가 그분께 간구하기를, 우리 짐을 그분 어깨에 내려놓기를, 우리 손을 그분 손에 올려놓아 그분이 우리를 구할 수 있게 하기를 기다리신다. 캡슐 문을 당겨 닫고서 구조대를 신뢰했던 광부들처럼, 우리도 구주의 뜻에 따르기로 하며 우리를 위한 그분의 계획을 신뢰해야 한다. 나에게는 이생에서 다음 생으로 외로운 여행을 하게 될 때 나보다 앞서 떠난 사람들과 재회하며 기쁨을 누리리라는 희망이 있다. 한편, 나는 구주께서 살아 계시며, 나를 사랑하고 내 곁에 서 계신다는 것을 안다. ◼ 글쓴이는 미국 유타에 산다
(코니 굴딩 2015-6 리아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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