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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궁금한 이야기

카톨릭은 77번인데 개신교는 490번? 교황 다녀간 뒤 논란

by 높은산 언덕위 2015. 10. 30.

“‘일흔일곱 번’이라고? ‘일곱 번씩 일흔 번’ 아니야?”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한국을 떠나기 전 서울 명동성당 미사 강론에서 인용한 성경 구절이 기독교인들 사이에 화제다. 교황 미사 강론은 이렇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베드로가 주님께 묻습니다. ‘제 형제가 저에게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 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이 말씀은 화해와 평화에 관한 예수님 메시지의 깊은 핵심을 드러냅니다.”

교황이 인용한 것은 가톨릭 성경 마태오 복음서(개신교에선 마태복음) 18장 22절이다. 반면 개신교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개역개정판 성서의 같은 구절은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게 이르노니 일곱번 뿐 아니라 일곱 번을 일흔 번까지라도 할지니라”라고 돼 있다. 많은 개신교 신자들이 교황의 강론 내용을 전해 듣고 고개를 갸웃했던 이유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라틴어 번역본의 해석 차이다. 가톨릭 성경 번역의 저본인 라틴어 불가타(Vulgata) 본에 이 구절은 “Dicit illi Iesus: “Non dico tibi usque septies sed usque septuagies septies.”“라고 돼 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관계자는 “이 문장에서 ‘sed usque septuagies septies’는 두 가지 해석, 즉 ‘일곱 번씩 일흔 번까지’(개신교 개역개정)와 ‘일흔 일곱 번까지’(가톨릭 성경)로 옮기는 것이 모두 가능하다”고 했다. 불가타 본은 예로니모 성인이 405년에 라틴어로 완역하여 가톨릭 교회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성경의 이름이다. 주교회의 가톨릭 용어자료집에 따르면, ‘불가타’란 일반에게 널리 보급되고 있다는 뜻이다.

가톨릭은 77번인데 개신교는 490번? 교황 다녀간 뒤 논란
성경책은 전승 번역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번역본이 나온다. 주교회의 설명에 따르면, 예를 들어 이탈리아어 성경은 “E Gesù gli rispose: “Non ti dico fino a sette, ma fino a settanta volte sette.””라고 돼 있다. ‘a settanta volte sette’는 ‘일곱 번을 일흔 번까지’이다. 영미권에서 널리 쓰이는 NRSV본의 경우는 Jesus said to him, “Not seven times, but I tell you, seventy-seven times.”라고 기록하고 있다. “일흔 일곱 번”이다. NRSV본은 20세기 영어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RSV본에 사해사본 발견 내용 등을 새로 반영한 버전이다.

총신대 신학과 이상일 교수(신약신학)는 “예수 당시 팔레스틴 지역에서 7은 완전수(數)로, 이 구절은 실제 몇 번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완전히’, ‘끝까지’를 뜻한다. 본문 비평적 방식에서 어떤 번역이 적합한지 엄밀하게 따져볼 수는 있겠지만, ‘일흔 일곱 번’이나 ‘일곱 번씩 일흔 번’이나 의미상의 차이는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교회의의 설명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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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