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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我聲高處

서로가 서로를 위해 바보가 되려고 하니

by 높은산 언덕위 2015. 10. 18.

가정이야말로 축복의 근원이 될 수도 있고 타락과 불의의 온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로마제국의 멸망사가 남긴 교훈 가운데 하나가 바로 도덕 불감증과 가정의 파괴였습니다. 로마가정들의 붕괴와 함께 역사가 무너져가는 그 마지막 황혼을 지켜보면서 한 철학자는 “애국자여 가정을 지키시오“라고 호소했으며 “신이여, 기도하는 가정을 로마에 다시 일으켜 세워주십시오“라는 기도문을 남겼습니다.
어느 동네에 두 집이 이웃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집은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대가족이었고, 한 집은 젊은 부부만 사는 단란한 가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대가족을 이룬 가정은 항상 화목하여 웃음꽃이 피었는데, 부부만 사는 가정은 항상 부부싸움이 잦았습니다. 그래서 부부는 이웃집의 화목한 모습을 보고 크나큰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왜 우리는 둘만 사는데도 매일 싸워야 하고, 이웃집은 여럿이 함께 모여 사는데...도 저토록 화목한 것일까? 그래서 어느 날 젊은 부부는 과일 한 상자를 사 들고 이웃집을 찾아가서 다과를 나누며 그 이유를 물어보았습니다. “댁의 가정은 대가족인데도 웃음이 떠날 줄 모르고 우리는 둘이 사는데도 매일 싸움만 하는데, 선생님 댁이 그렇게 화목하게 지내시는 비결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이웃집 주인은 대답했습니다. “아. 네! 그것은 당신네 두 분은 모두 훌륭하시고, 우리 가족은 모두 바보들이기 때문이죠!” 그 말을 들은 젊은 부부는 되물었습니다. “아니 그 말씀이 무슨 뜻입니까?” 그러자 그 집 주인은 말하기를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입니다. 내가 출근하다가 물을 엎질렀습니다. 그때 나는 내 아내에게 내 부주의로 물을 엎질러 미안하다고 하며 용서를 청했지요. 그랬더니 내 아내는 ‘아니오’ 하면서 생각이 모자라 물그릇을 그곳에 놓아두었으니 자신의 잘못이라고 하며, 오히려 나에게 용서를 청했습니다. 그런데 옆에 계시던 저의 어머니께서는 ‘아니다, 나잇살이나 먹은 내가 그것을 보고도 그대로 두었으니 내가 잘못이다.’ 하셨습니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위해 바보가 되려고 하니 싸움을 할 수가 없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조선시대에 “안씨 가훈”(顔氏家訓)에 어느 집에 화로가 두 개 있으면 그 집안이 화목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안팎이나 위아래 사람이 격의없이 모여 오손도손하게 하는 화로는 가족 화목의 구심체요, 이 구심체가 두 개, 세 개 있다면 바로 화목이 분산돼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전해오는 이야기로 우리 나라에서는 다리미가 두 개 있으면 그 하나는 없애는 것이 도리였습니다. 그래서 시집갈 때 혼수로 다리미를 가져가는 것은 금기로 돼 있었습니다.
다리미질을 할 때는 자칫 사이가 멀어지기 쉬운 시어머니와 며느리, 시할머니와 며느리, 시누이와 새아기, 그리고 동서들끼리 서로 맞잡고 다립니다. 이 다리미질은 둘이서 서로 은연중에 힘과 호흡을 맞추어 협력, 조화함으로써 만이 가능한 작업이기에 불화를 해소시키는데 일조를 할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네 샘으로 복되게 하라 네가 젊어서 취한 아내를 즐거워하라 그는 사랑스러운 암사슴 같고 아름다운 암노루 같으니 너는 그 품을 항상 족하게 여기며 그 사랑을 항상 연모하라” (잠 5:18∼19)
(홍성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