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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玉盤佳言

그 모든 멋진 계획과 부푼 기대와 꿈들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며 끔찍한 절망감만이 남은 채 화요일 아침이 밝았습니다.

by 높은산 언덕위 2019. 2. 14.


멕시코 북부에는 과일을 재배하여 생계를 이어가는 마을들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봄날이 오자 과수원에 꽃이 만개했고 마을 사람들은 곧 풍성한 열매를 수확하리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머릿속에는 벌써부터 빚을 갚고, 장비를 교체하거나 오래된 나무를 뽑고 새로 묘목을 심고, 학교 수업료를 내야겠다는 등 가족에게 필요한 일을 해결할 생각으로 가득했습니다. 가족 휴가를 계획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늘 그렇듯 낙천적인 기운이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3월 하순경 어느 월요일 오후에 난데없이 겨울 폭풍이 몰아치며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눈은 다음 날 새벽 세 시까지 쉬지 않고 내렸습니다. 곧 구름이 걷혔지만, 기온은 급강하했습니다. 과일을 일부라도 살려 보려고 그날 밤부터 이른 아침까지 온갖 노력을 쏟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기온이 너무 떨어져서 작물이 완전히 얼어붙어 버린 것입니다. 수확해서 팔 수 있는 과일이 하나도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바로 얼마 전에 세운 그 모든 멋진 계획과 부푼 기대와 꿈들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며 끔찍한 절망감만이 남은 채 화요일 아침이 밝았습니다.

그 절망스러운 화요일 아침에 있었던 일에 대해 제게 이메일을 보내준 분이 있습니다. 당시 치와와 콜로니아후아레스 성전 회장단 제1보좌였던 존 해치 회장님의 부인인 산드라 해치 자매님인데, 그분의 편지를 조금 인용하겠습니다. “남편은 아침 의식을 취소해야 할지 알아보려고 6시 30분에 일어나자마자 성전으로 달려갔습니다. 확인해 보니 주차장과 도로에 눈이 이미 치워져 있다고 해서 우리는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의식 봉사자들 가운데 일부 자기 소유의 과수원이 없는 사람들이 오면, 그들 모두를 의식에 참여시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그랬기에 사람들이 한 명씩 차례로 성전에 들어오는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들은 밤새 한숨도 못 잔 몸을 이끌고 황폐해진 과수원을 뒤로 하고 성전에 온 것입니다. 그들은 준비 모임 동안 깨어 있기도 힘들어 했습니다. 오지 않아도 될 만한 정당한 핑계가 있었음에도 그들은 성전에 왔습니다. 의식에 참여한 사람은 38명이나 되었습니다(의식실이 꽉 찼습니다)! 정말 감동적인 아침이었습니다. 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이 선한 사람들을 보내 주신 것에 대해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드렸습니다. 오늘 아침에 그곳에서 정말 특별한 영을 느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그분의 집을 사랑하고 그런 힘든 날 아침이 왔을 때 찾아가기에 좋은 장소로 여긴 것을 보고 참으로 기뻐하셨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확할 과일을 잃은 사람 중 대부분은 고추나 콩 같은 대체 작물을 심을 만한 땅이 있었습니다. 이 작물을 잘 재배하면 조금이나마 소득이 생겨 내년에 다시 과일을 수확할 때까지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땅조차 없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젊은 나이에 가족을 부양하고 있는 한 선량한 형제는 수입 한 푼 없이 한 해를 보내야 할 지경이었습니다. 그 지역의 다른 사람들은 절박한 상황에 처한 이 형제를 보고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땅을 마련해 주었고, 고추를 심을 수 있도록 자신들의 장비를 동원해 땅도 갈아 주었습니다.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기로 성약을 맺는 것은 평생토록 걸어야 할 길의 시작점이며, 그 길이 늘 쉬운 것은 아닙니다. 죄를 회개하고, 그분이 바라시는 일을 행하며, 그분이 계셨다면 하셨을 봉사를 이웃에게 한다면, 우리는 더욱 그분을 닮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분을 닮아가고 그분과 하나가 되는 것이 참된 제자됨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목적이며, 본질적으로는 그것이 바로 제자됨의 정의입니다.(20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