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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성신·계시

영이 나에게 속삭였다

by 높은산 언덕위 2015. 10. 3.

“얘들아! 돌아와!” 격앙된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다섯 살과 일곱 살쯤 되는 두 사내아이가 울면서 백화점 주차장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아이들을 부르는 판매원은 걱정스러워 보였다.
내가 차 쪽으로 돌아가려 하자 영이 속삭였다. “여기서 도울 일이 있을 것이다.” 세미하지만 분명한 속삭임이었다. 나는 곧장 아이들을 향해 주차장으로 달려갔다.
큰 아이가 갈색 미니밴 옆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다가가서 그 아이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안녕, 내 이름은 크리스티나야. 너 괜찮니?”
내 말에 아이는 팔로 얼굴을 감싸며 더 크게 울었다. 판매원과 다른 아이가 우리 옆으로 왔다.
“얘들은 불어밖에 모르는 것 같아요.” 판매원이 말했다. “길을 잃고 매장을
달려가는 걸 저희가 방금 발견한 거예요.”
나는 다시 한번 불어로 내 소개를 했다. 불어는 내 모국어다. 하지만 어릴 때 영어를 쓰는 가정에 입양된 후로는 불어를 쓸 일이 없었다. 그래서 평소에 내 불어는 서투르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어설프지도 부자연스럽지도 않게 불어로 말할 수 있었다. 아이들을 다독이면서 마음속에 분명한 단어들이 떠올랐고 분명한 소리로 말했다.
큰 아이는 흐느끼면서 자기와 동생은 백화점 어디에서도 부모님을 찾을 수 없어서 아빠 엄마를 찾으려고 밖으로 뛰쳐나왔다며 숨가쁘게 설명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내가 불어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뿐 아니라 공포에 질린 두 아이를 쉽게 이해하며 위로하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느껴졌다.
나는 판매원에게 “아이들은 부모님을 잃어버렸대요. 그래서 여기 차 옆에서 기다리려 한 거예요.”라고 설명했다. 소년은 부모님의 성함을 알려 주었고 나는 그 이름을 판매원에게 전해 부모를 찾게 했다. 몇 분 후, 아이는 매장 밖으로 나오는 아버지를 발견하고는 한달음에 달려갔다.
소년을 따라 아버지에게 가면서, 이제 더는 불어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작별 인사조차도 뭐라 해야 할지 몰라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알아듣도록 무슨 말이라도 해 보려 했지만 허사였고 마구잡이로 내뱉는 몇 마디 단어 외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별수 없이 나는 영어로 아이들에게 말했다. “잘 가, 만나서 반가웠어.”
부모와 함께 있는 아이들 곁을 떠나면서 내 마음은 감사로 가득 찼다. 하나님 아버지께서는 나를 통해 그분의 두 어린 자녀를 위로해 주셨다. 나는 주님이 내 제한된 능력을 극대화해서 그분의 목적을 이루실 수 있다는 것에 마음이 겸손해졌다.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까지도 우리 자신을 주님께 바칠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증명하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었다. ◼
(크리스티나 알브레히트 이어하트,미국 워싱턴 2015-4 리아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