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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침례·성찬·행복

침례탕에 물이 없어요

by 높은산 언덕위 2015. 12. 25.

비 내리는 8월에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 프리타운에서 맞은 그 아침, 시계가 7시 45분을 가리킬 때였다. 그날 우리(프리타운 구역 전임 선교사들)에게는 침례식이 있었고, 날씨가 어떻든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때 지부 회원인 알류 형제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역 고유어인 크리오 말로 급하게 말씀하셔서 통화 내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형제님에게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했다. 한숨 돌린 알류 형제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에아타 장로님, 침례탕을 채울 물이 없습니다. 어떻게 하죠? 물이 없어요.'

나는 연락을 주어 감사하다고 말씀드린 다음에 장로들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우리는 이 성스러운 의식을 집행할 방법이 없는지 곧바로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아가마 장로가 멜로우 근방 산에 있는 폭포와 물웅덩이를 생각해 냈다. 우리는 그곳에서 침례식을 하기로 결정했고, 그에 필요한 허락도 받았다.

그렇게 모든 사람들은 산 입구로 모였다. 우리가 하기로 한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했다. 하지만 굳은 결심으로 모인 우리는 주저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남자들과 여자들, 심지어 아이들조차도 축축하고 미끄러운 길을 즐거운 대화 속에서 걸어 올랐다. 산을 오르는 중에는 강을 건너기 위해 잠시 길을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에 빗방울이 굵어지자 일부는 조금씩 풀이 죽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는 희망으로 나아갔다. 울퉁불퉁한 길은 끝이 없을 것만 같았다. 마침내 우리는 목표한 그곳에 도착했다. 우리 마음은 행복했지만 머리 위에는 여전히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우리는 커다란 망고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하며 침례식을 준비했다.

'타는 듯한 하나님의 영'(찬송가, 31장)을 부르며 침례식이 시작되었다. 개회 말씀을 들은 후에 우리는 침례 장소로 이동했다. 세차게 떨어지는

폭포수는 성스러운 의식이 집행될 물웅덩이로 흘러들었다.

아버지 한 사람이 먼저 웅덩이로 들어가 물로 들어오는 아들을 도와주는데, 그때 갑자기 비가 그쳤다. 구름 사이로 햇살이 쏟아지며 물웅덩이를 밝게 비추었다. 우리는 영이 그곳에 함께한다는 것을 느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침례를 준 후, 한 남편이 아내에게 침례를 주었고 그 후 선교사들이 구도자들에게 침례를 주었다. 계속 비치는 햇살에 우리 표정도 밝아졌다.

우리는 "날 따르라"(찬송가, 65장)를 부르며 침례식을 마쳤다. 그렇다, 실로 우리는 주님을 따랐다. 우리의 구주를 따라 산을 오르내리고 물을 건너고 가파르고 축축한 길을 빗속을 헤치며 걸어갔다. 그리고 침례를 받은 이 사람들은 침례 물에 들어감으로써 참으로 구주의 모범을 따랐다.

(시오사이아 나에아타 이세 2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