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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용서·금식·부활

용서를 통해 평화를 찾음

by 높은산 언덕위 2015. 12. 24.


동생인 존은 우리 주를 떠나려

하고 있었다. 나는 존과 그의

아내 애니를 비롯한 그들의

가족이 떠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무척 어려웠다. 우리는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고 무척이나 가까운 사이였다.

존의 가족이 떠난 지 몇 달 후, 남편

론은 그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보려고

전화를 걸었다. 그들은 새로운 지역에 잘

적응해서 즐겁게 지내고 있다고 했다.

남편은 작은 사업체를 갖고 있었는데,

언제라도 괜찮으니 원한다면 다시 돌아와

함께 일하자고 동생에게 말했다. 그 말을

할 때 존의 아내 애니는 목소리를 높여

자신들은 전혀 관심이 없다고 분명하게

잘라 말했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론과

론의 사업에 관해 뭔가 좋지 않은 소리를

한 듯했다.

론은 내게 그 대화 내용을 말해 주었다.

남편은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보이려고

노력했으나 나는 그가 깊은 상처를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너무

화가 나서 당장 애니에게 전화를 걸어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전화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

번 나쁜 쪽으로 생각을 하기 시작하니,

다른 나쁜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밀려들었다. 나는 애니의 흠을 잡기

시작했으며 다른 식구들과 친구들에게

애니에 대한 흉을 보았다.

본질적으로, 나는 교만이 마음속에

스며들어와 뿌리내리게 내버려두었고,

그러는 동안 자비심은 시들어 사라졌다.

전염병이 퍼지면 육체에 질병과 고통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교만도 영혼에

같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남편은 그

일을 이미 잊어버렸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감염된 채였다. 내 생각은 내가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는가 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었다. 나는 가족에게 쉽게

화를 냈으며, 모든 상황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내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봉사하고자 하는 소망도 없었다.

몇 달이 지난 후, 우리는 존과 애니가

어떤 가족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결국 나는 그녀를

만날 수밖에 없었다. 그녀를 보는 것이

두려웠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결혼식

날짜가 다가오면서, 근심은 점점 더

커졌다. 내가 느끼고 있는

방식이 싫었고,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알고 있었다. 이런 부정적인

느낌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자주

기도를 드렸다. 마침내 애니에 대한 좋은

생각이 내 마음을 채우기 시작했다.

결혼식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우리는

형식적인 인사만 나누었다. 저녁 내내

애니를 피하려고 노력했으나, 그러면서도

계속 그녀를 지켜보았다. 애니를

지켜보면서 내가 그녀를 얼마나 많이

그리워했는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내

마음은 용서가 주는 평화를 갈망하기

시작했으며, 애니에 대한 사랑이

넘쳐났다.

저녁 피로연이 거의 끝나갈 무렵, 나는

애니와 단 둘이 앉아 있게 되었다. 처음

인사를 나눈 뒤로 그 때까지 우리는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고 영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나는 손을 뻗쳤고,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눈물을 머금고 내가 말했다.

“애니, 너무 보고 싶었어.”우리는 서로를

껴안고 울었으며 용서를 통해 오는 평화

속에서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우리가 미안하다는 말을 했는지, 혹은

이전의 감정들에 대해 설명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 모든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오직 우리가 느낀

사랑과 용서하고자 하는 소망이었다. 그

때서야 나는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지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교만은

무겁고 불필요한 짐이다. 하지만 구세주의

온전한 사랑을 느끼는 일은 마음을

겸허하게 하는 달콤한 기쁨이었다

(20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