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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我聲高處

눈 내리는 밤은 너무도 고요하였습니다

by 높은산 언덕위 2015. 11. 24.

홍원표~2.JPG

 

오늘 이곳 밴쿠버는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저희는 산중에 집이 있어 다른 곳보다 더 많이 내렸습니다.

1960년대 초 어린시절 어느날 강원도 시골 마을에도 눈이 소복소복 내렸습니다.

소변이 마려워 일어날때 마다 얼마나 눈이 쌓이는지 문을 열어 확인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때는 눈이 많이 내려 문을 열기도 힘이 들었고,또 눈이 쌓여서 지붕이 내려않아 곤란을 겪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눈 내리는 밤은 너무도 고요하였습니다.

이웃집 개짓는 소리 조차도 멀리서 들리는것 같았습니다.

아랫집 윗집 온통 눈으로 가려져 우리집이 고립된 날,

설레는 맘으로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집 바깥 문을 열수 있게끔 눈을 치우는 일이었습니다.

둘째는 집 뒤쪽에 있는 화장실 가는 길을 만들기위해  눈을 치우며,다음으로는 소 여물 가지러 가는 곳의 길을 뚫는 것이며,

다음으로는 뒤산 계곡의 우물가로 가는 길을 뚫어 물 길으러 가시는 울 엄마 편하게 해드리는 것이며, 마지막으로는 이웃집과의 길을 뚫는 것인데 이것은 몹시 멀고 힘이 드는 관계로 아침 식사후에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시절은 걱정이 없었습니다.특별히 스트레스라는 걸 몰랐습니다.아니 그런 용어도 없었습니다.

눈이오면 눈 치우고, 아침 먹고는 무릅이 푹푹 빠지는 눈속을 헤집고 토끼 잡으러 쫓아 다니다 손발이 온통 발갛게 언 후에야 집에 돌아와 식은 밥과 무 김치 한덩어리로 허기를 채웠습니다.눈이 없는 겨울날에는 해지기 전에 산에가서 군불 지필 나무를 해오는 것이 일과였습니다.

변변치 않은 짚신을 신고 구멍난 양말에 손 장갑은 구경도 힘이 들던 시절이었습니다.

그저 맨손에 호호불어 언손을 녹이고 산 비탈에서 땔깜으로 쓸만한 나무를 줍던 10살 무렵의  어린시절 나의 모습니다.

그 무렵 거의 모든 또래의 모습이었기에 특별히 슬프고 힘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그림을 그릴수 있었던 시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젊으셨던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형제 자매가 정답게 살았던 시골 너와집 시절이 몹시도 그립습니다.

돈있어 행복하고 좋은 음식과 집과 자동차가 있어서 그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몹시도 그리운 어머니는 하늘로 가신지 오래되었습니다.

형제들도 흩어져 산지 오래되었고요.

 

이곳 캐나다에서 생활한지도 이제 한참 되었습니다.저희부부는 이제 자식들 이곳에 두고 곧 내고향 강원도 삼척으로 돌아갈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혹시 빈 농막이라도 얻을수 있다면 명예와 권력의 짐도 내려놓고,물질의 욕심도 내려놓고,자식에 대한 욕심도 내려놓고,앞만보고 달려왔던 이기적인 마음도 벗어놓고 농부의 옷으로 갈아 입으려고 합니다.

흙으로 돌아가기전 가장 흙과 비슷한 모습으로 내 마음과 모습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웃과 잘 지내고 마음과 물질을 서로 나누는 생활을 하고져 합니다.

그 티없이 맑았던 시절로 돌아 가고자 합니다.

고향을 버리고, 돌보지 못하고, 도시로 외국으로 나 돌아 다닌 죄값을 달게 받고 용서받고자 합니다.

 

Jan 16-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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