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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말씀·경전

목자는 어디 있지? 그는 필요할 때에 없었습니다.

by 높은산 언덕위 2020. 9. 27.

수년 전, 저는 프로보 캐년 입구 근처의 대학로를 따라 운전하고 있을 때 앞서가던 차량들이 속도를 줄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앞쪽에는 경광등을 켠 경찰차와 소방차 및 몇 대의 구조 차량이 뒤엉켜 프로보 캐년으로 들어가는 도로를 막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곳에서 오랜 시간 지체하게 될 것 같아 귀찮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모든 지체 현상을 일으킨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프로보 캐년 입구 동쪽으로 이어지는 암벽을 올려다보니, 남자 몇 명이 등반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구조대원 같아 보였습니다. 그들은 무엇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을까요? 마침내 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습니다. 어쩌다가 길 잃은 암양이 8미터 높이의 암벽에 이르게 되었고 그곳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 양은 야생 염소나 산양이 아니라 한 목자의 양떼에서 이탈한 평범한 하얀 암양이었습니다.

달리 할 일이 없었던 저는, 암벽에서 그 양이 서 있는 곳까지 이를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보았습니다. 그 양이 어떻게 거기까지 갔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어찌됐든 그 양은 거기에 있었고 제 앞에 있던 무리들은 모두 그 양의 구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차량들을 다시 움직이게 할 방도를 찾은 탓에 지금까지도 저는 그 이야기의 결말을 알지 못합니다.

차를 몰면서, 저는 한 가지가 염려되었습니다. 구조대원들은 분명히 좋은 의도로 다가가고 있지만 그 양은 그들에게 어떻게 반응할까? 물론, 그들에게 양을 진정시킬 계획이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가까운 거리에서 마취 총을 쏘아 양이 떨어지기 전에 잡으려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들의 계획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지만 동물들이 낯선 이들에 의해 구석으로 몰리면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알기에 저는 그들의 구조 노력이 실현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또한 이런 궁금증도 생겼습니다. 목자는 어디 있지? 분명, 그는 그 양을 놀라게 하지 않고 접근할 가능성이 제일 높은 사람일 것입니다. 목자의 달래는 목소리와 도움의 손길이야말로 이 상황에서 제일 필요한 것이었지만 그는 필요할 때에 없었습니다.(엘 톰 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