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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주님의 집·성전

성전 성약에 감사하며

by 높은산 언덕위 2015. 10. 16.

번째 아이를 임신한 지 겨우 14주 정도 되었을 때, 의사들은 아기의 폐에 문제가 있어서 유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일러 주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가슴이 무너지고 두려운 생각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그날 저녁 나는 남편과 무거운 마음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성전에 갔다. 힘과 인도, 응답이 필요할 때였다. 우리는 성전이 주는 평온함을 느끼며 주님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해의 왕국실에서 느낀 평화는 놀라웠다. 아기가 지상에 머물지 못할지라도 모든 것이 괜찮아지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무릎을 꿇고 영혼을 다해 하나님 아버지께 기도하며, 아들이 살지 못하리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가능하다면, 특별한 축복을 소망한다고 말씀드렸다. 아울러 내 소망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신앙을 잃지 않겠다고 약속드렸다. 나는 가족 모두가 품에 안아 볼 수 있을 만큼만이라도 아기가 버텨 주기를 간구했다. 의사들은 아기가 만에 하나 산달을 채우더라도 자줏빛 피부로 태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아들들이 겁먹지 않고 동생을 안아 줄 수 있도록 아기가 분홍빛으로 태어나기를 기도했다. 그리고 ‘브라이슨’이라 부르기로 한 우리 아기가 떠나더라도 우리가 영원한 결합을 기억하기를 간구했다.
한 주가 지날 때마다 의사들은 우리 아기 브라이슨이 놀랍게 호전되고 있다면서도, 출생 뒤에는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아들을 잃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말할 수 없이 슬펐지만 그 와중에 아기가 여전히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기뻤다. 살지 못할 아이를 뱃속에 품고 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아이의 성별이나 분만 예정일을 물으면 괴롭지만 모든 것이 정상인 양 행동해야 했다. 우리는 날마다 아기의 심장 박동을 확인하려고 모니터 한 대를 샀다. 애타게 기다리던 귀한 소리였다. 슬픔이 깊어 갔다. 그리고 구주의 속죄가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그런 일을 겪다 보니 마침내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 죄를 대신해 고통당하셨을 뿐 아니라 모든 슬픔과 모든 고통까지 겪으셨다는 사실이 이해됐다. 그분이 내 구주로서 그 짐을 함께 지셨기에 나는 전혀 외롭지 않았다.
37주가 되어 입원을 하면서, 이제본격적으로 브라이슨에게 남은 시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할 수 없이 무섭고 아름다운 일이었다. 의사들은 아이가 짧게는 10분, 길게는 며칠도 살 수 있다고 했다. 두려웠지만, 주님이 나를 안심시키고 계시다는 느낌이 들었다. 브라이슨 케이드 플로렌스는 2012년 1월 27일에 태어났다. 그토록 완전하고 예쁘게 분홍빛으로 태어난 아기를 본 순간 나는 흐느껴 울었다.
아들들은 동생을 보고 안아 주려고 병실로 뛰어 들어왔다. 우리는 사진사 한 명을 데려와 그 장면을 찍게 했다. 브라이슨은 72분밖에 살지 못했다. 말 그대로 우리 모두가 안아 주고 사랑해 줄 만큼만 시간이 허락되었다. 우리가 지상에서 가족으로 함께한 그 유일한 시간은 모든 게 내가 꿈꾸던 그대로였다.
형들은 너도나도 동생에게 입을 맞추고 안아 주겠다고 애원하며 노래를 불러 주지 못해 안달이었다. 게다가 남편이 소망하고 기도한 것처럼 아이는 아버지의 축복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오래 머물러 주었다.
우리 가족은 “하나님의 행복의 계획은 가족 관계를 무덤 너머까지 계속되게” 하며 성전 의식과 성약은 “가족을 영원히 하나로 결속시켜 준다.”(“가족: 세상에 전하는 선언문”, 리아호나, 2010년 11월호, 129쪽)는 간증을 얻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영원한 가족이 되는 것이었다. 절대로 죽음은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으며 우리의 여정은 계속되리라는 것만큼 복음에서 아름다운 부분은 없다.
이 시련을 통해 나는 하나님이 매우 세심하심을 깨달았다. 그분은 우리를 개별적으로 보살피신다. 시련과 고난은 있지만, 그런 것들을 더 쉽게 극복하도록 도와주신다. 내가 성전에서 남편에게 인봉됐고 우리 자녀들이 성약 안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이 어느 때보다 감사하다. 구주의 무한하신 희생이 포함된, 우리 가족을 위해 하나님께서 마련하신 아름다운 계획으로 우리는 다시 함께할 수 있다. 가끔 내가 이 영원한 진리를 알지 못했다면 그 어려운 시련을 어떻게 견뎠을까 생각해 본다. 나는 브라이슨의 짧은 생애에서 얻은 간증이 끝없이 감사하다. 하나님께서는 그분의 축복을 알아보게 하시려고 내 눈과 마음을 더 크게 열어 주셨다. ◼글쓴이는 미국 애리조나에 산다.
(캐리 플로렌스 20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