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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말씀·경전

성탄절의 기적

by 높은산 언덕위 2015. 10. 24.

가슴이 따뜻한 밤이다. 분명 깨지고 멍들고 찢어졌는데도 내 가슴은 더없이 따뜻하기만 하다. 더없이 감사하다. 깊이도 넓이도 헤아릴 수 없는 감사함이 영혼에 열린 새 공간 속에 들어찬 모양이다. 소리 없이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그칠 줄을 모르는 것도 내 안에 가득한 감사 덕분일 것이다. 남편이 숨을 쉰다. 깊고 부드러운 숨소리다.
바로 두어 시간 전, 곧 태어날 아기가 뱃속에서 가볍게 발길질을 해대는 것도 모른 채 나는 남편의 병원 침상에 다가가 그의 가슴 여기저기 붙은 줄 사이를 헤집고 머리를 기대던 터였다. 귀를 갖다 대고 남편의 심장 박동을 확인하던 경험은 영원히 기억 속에서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남편의 심장이 여전히 뛰고 있다. 심장마비를 일으키기 전만큼 활발하진 않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고 뛴다.
병실을 가로질러 장식된 성탄절 줄 전구의 따뜻한 불빛을 보자 오늘 밤 이래저래 포근한 기분이 든다. 은은하게 발하는 불빛에 편안한 분위기가 생긴 것도 있지만, 사실 이렇게 포근한 느낌이 드는 건 남편 브라이언이 중환자실에서 나오자 내 좋은 친구들이 기꺼이 성탄절 전야의 계획을 취소하고 이곳으로 와서 병실을 장식해 주었기 때문이다. 창에 걸린 성탄절 트리용 1미터짜리 줄 전구는 친구들의 사랑이나 다름없다.
어떻게 하면 이 고마운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나한테 친구들이 얼마나 절실한지, 내가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다들 짐작이나 할까? 내가 남편 외에는 아무 생각도 못 하는 동안, 친구들은 내 아이들을 돌보고 집 청소와 세탁을 도맡았으며 냉장고에 음식을 채우는가 하면 우리 성탄절 선물까지 챙겨 주었다. 게다가 보듬어 주고 먹여 주고 상품권 카드와 현금을 보내 주는가 하면, 전화 통화와 문자 메시지, 이메일과 쪽지로, 계피향 나는 솔방울 주머니며 가방 가득 담아온 성탄절 장식품으로도 친구들은 나에게 애정을 드러내 주었다. 그리고 나와 같이 울고 기도하며 금식해 주었다. 그러는 동안 친구들은 자신들이 가진 가장 귀한 선물을 나에게 주었다. 바로 시간이었다. 나는 내 친구들을 말할 수 없이 사랑한다!
오늘 밤은 깊이 잘 수 있을 것 같다. 친구들을 향한 넘칠 듯한 사랑이 나를 감싸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주님께 감사드릴 일은 남편이 살아 있다는 사실이다. 그가 깊이 숨을 쉬고, 그의 심장이 피를 뿜어내며, 그의 몸과 영혼이 살아 있다는 바로 그 사실이다. 그가 살아 있음은 나에게 일어난 성탄절의 기적이었다. ◼
글쓴이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산다.
(린지 알더 201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