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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봉사·정직·친절

너무 평범한 음식이지 않나?

by 높은산 언덕위 2015. 10. 3.

지난 수년 간 나는 이웃이자 친구인 모건 자매님을 방문했다. 모건 자매님은 나보다 몇 십 살이 더 많으셨고, 그래서 방문 교육 메시지를 전하면서 오히려 자매님에게 삶의 지혜를 많이 배웠다. 내가 방문 교사였던 시기에 모건 자매님은 암 진단을 받으셨다. 나는 용감하게 치료 과정을 견디고 거의 항상 웃으시며 생활하시는 자매님이 참 놀라웠다. 하루는 방문을 했는데, 다음 날이 결혼기념일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하지만 우리의 대화는 곧 다른 주제로 이어졌고, 그렇게 방문은 끝이 났다. 이튿날 오후, 나는 저녁에 먹으려고 준비하던 음식을 결혼기념일을 맞은 모건 자매님 내외에게 갖다 주어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저 평소에 먹는 평범한 음식을 준비하던 중이어서 처음에는 그 느낌을 무시했다. 그런 흔한 음식은 그런 특별한 날에 걸맞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느낌이 떠나질 않는 것이었다. 나는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동의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직장에서 일하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남편은 오히려 모건 자매님에게 전화를 걸어 음식을 갖다 드리겠다고 말하면 좋겠다고 했다. 음식이 조촐한데다가 너무 나서는 것 같아 전화를 못하고 주저하는데, 여전히 음식을 갖다 드려야 한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음식을 접시에 담아 걱정을 하며 길을 나섰다. 자매님의 집 마당에 들어섰을 때, 차에 타는 자매님 내외가 보였다. 나는 결혼기념일을 위해 음식을 좀 가져왔는데 드셔 보시겠냐며 말을 건넸다. 자매님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자매님은 암 치료로 너무 고단해서, 음식을 하거나 어디로 갈 수도 없으니 그냥 동네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 간단하게 결혼기념일을 축하할 생각이었다고 설명하셨다. 자매님은 집에서 식사를 하게 되어 안도하는 것 같았다. 자매님 부부가 내가 준비한 조촐한 음식을 반기시는 것을 보면서 행복과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로부터 두 달도 안 되어서 모건 자매님이 암 치료를 마칠 무렵에 자매님의 소중한 남편 분이 갑작스러운 병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몇 주 전의 결혼기념일이 두 분에게는 마지막 기념일이었던 것이다. 그 해 여름, 나는 다른 사람을 섬기는 일에서 영의 고요하고 작은 음성을 따르는 것에 관하여 많은 것을 배웠다. 봉사하도록 부탁 받거나 어떤 느낌을 받을 때, 우리가 보기에는 거북하거나 불편하거나 단순해 보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게 바로 꼭 필요한 일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 주님께서 어떤 일로 나를 필요로 하시든 봉사할 용기를 얻게 되었으며, “천사들의 심부름”(“오 시온의 자매여”, 찬송가, 198장)을 할 신앙을 갖게 되었다. ◼ (제니퍼 클링건스미스, 미국, 유타20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