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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세상만사

성경이 허구일지라도 내가 신을 믿는 이유

by 높은산 언덕위 2015. 10. 2.

The Huffington Post | 작성자 Mick Mo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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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허핑턴포스트 US의 블로거 '믹 무니'의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믹 무니는 'AN OUTSIDER'S GUIDE TO THE GOSPEL'의 저자입니다.


난 많은 유명 무신론자들의 이야기를 유튜브로 보았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들의 이야기엔 일리가 있는, 또 사실인 부분이 많다. 따라서 내가 거부하는 것은 그들의 종교비판이 아니다. 왜냐면 나도 그들의 주장이 대부분 옳다고 생각하니까. 내가 문제로 삼는 것은 그들이 신과 종교를 혼동하는 것이다. 그들은 종교의 비합리성을 지적하면서 고로 신을 믿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단정한다.

난 그 점을 심사숙고하며 그들의 주장이 혹시 옳은 걸까 생각해 보았다. 즉 신에 대한 믿음이 비합리적인 것이가?라는 질문 말이다.

나도 아주 오래된 종교 이야기를 믿는 것이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내가 비합리적이라고 하는 이유는 신의 존재를 신뢰하기 위해선 신이 등장하는 고대 신화, 우화 등을 믿어야 하는데, 물론 사실일 가능성도 있지만 이성적으로만 따져서는 그게 사실이라는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에 대한 믿음 자체가 비합리적이라고 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신에 대한 믿음은 오히려 비합리의 정반대라고 생각한다. 불가지론자인 나는 신 같은 존재가 있다고 믿는 것이야말로 우주를 응시하는 자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자세라고 믿는다. 그런데 종교인은 신앙을 토대로 한 믿음을 주장하고, 반면에 무신론자는 신앙을 불신하는 믿음을 주장한다. 양측의 입장은 다 원초적으로 비합리적이다. 각자의 입장을 고수하려면 이성이 아닌 믿음이 요구된다.

그래서 나는 종교라는 조직은 믿지 않지만 신은 믿는다. 그리고 예수에 대한 이야기를 신뢰하면서도 그 행동이 비합리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즉 그런 믿음을 내가 소유할 수 있는 이유는 신앙의 이슈지 실체나 이성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한다. 여기서 밝혀 두고 싶은 것은 내가 누구의 믿음 또는 불신을 바꿔보려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단지 무신론자도 신앙인만큼 자기의 믿음에 의해 행동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나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성경보다는 우주를 바라보라고 하고 싶다.

신앙인들이 성경을 하나님의 존재를 입증하는 문서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과학적으로든 어느 방법으로든 신의 존재를 증명시키지 못한다. 나는 물론 그 누구도 성경으로 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성경에 적힌 글을 신의 영감으로 구성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믿는 것은 말 그대로 신앙이다. 그래서 난 성경이 신의 실체나 세상의 창조를 확증할 수 없다고 믿지만, 반면에 우리 우주의 존재, 즉 그 실질과 물질성은 부인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는 우리 우주가 아무 계획도 없이 우연히 창조되었다고 믿는 것은 더 큰 맹신이 아닌가 한다.

universe

개인의 경제적 난관을 복권으로 해결해 볼까 하는 것은 누가 봐도 비합리적인 행동이다. 당첨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에 동의한다면 우리가 사는 우주처럼 설계하기 복잡한 무언가가 설계자 없이 창조되었다는 믿음이 옳을 가능성도 천문학적으로 매우 낮다.

완벽하게 작동하는 우리의 장대한 우주가 도대체 어디서 시작되었느냐는 질문이 안 생길 수가 없다. 무에서 창조되었다? 단 한 순간의 우연에 의해 이 모든 것이 존재한다고 믿으란 말인가? 그런 주장을 믿는 것은 거기에 따른 미미한 확률을 믿는다고 시인하는 것이다. 어느 과학자의 계산에 따르면 우주가 우연하게 창조되었을 가능성은 10을 4만 제곱한 것과 같다고 한다. 즉 1에다 4만 개의 0을 붙인 숫자다. 그렇다면, 이런 상상도 하기 어려운 작은 확률에 의존해서 우주의 창조를 믿는 것이 과연 합리적이냔 말이다.

관찰 가능한 우주만 930광년의 크기라고 과학자들은 추측한다(비교하자면 우리의 달은 지구에서 2초 광년 거리에 있다). 또 우주의 모든 것은 완벽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모든 물체가 다른 물체와 더불어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다. 그리고 이 우주에 우리가 살고 있는 매우 독특한 행성, 지구가 있다. 그리고 우리 행성에는 아주 작은 벌레에서 고래까지 매우 흥미로운 동물과 식물, 또 후각, 미각 그리고 시각적인 신비가 존재한다.

난 우주의 우연성을 믿는 사람들을 존중할 수 있고 또 존중한다. 하지만 그런 우연성에 대해선 난 불신자이다. 언젠가 우리의 우주가 무슨 동화이거나 할리우드가 조작한 영화로 입증된다면 그때 가서 마음을 바꾸겠다. 그때까지는 우주 자체가 창조자에 의해 계획되었고 그가 우리의 거대한 현실을 주도하였다고 믿는다.

즉 성경이 고대의 미치광이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나 허구의 동화라는 입증을 누가 나에게 해준다고 해도 신의 존재에 대한 부정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우주 자체가 허상이고 공상이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거대하지도 복잡하지도 대단하지도 않다는 것을 입증해준다면, 그때 내 입장을 바꾸겠다. 즉 우리의 우주가 대중을 위해 만들어진 산타클로스 같은 동화라는 것이 입증되는 순간 난 신의 존재를 의심할 것이다. 따라서, 밤하늘에 떠 있는 광년 거리의 수많은 은하계와 별들이 존재하는 한, 나는 창조자의 계획을 믿을 수밖에 없다.

고대 종교 이야기를 믿는 것은 비합리적이며 오로지 신앙적인 이슈다. 그러나 우주를 설계하고 주도하는 고차원의 정체가 있다는 것을 믿는 것은 비합리적이지 않다. 왜냐면 그때 우리에게 남는 것은 우주가 우연하게 창조되었다고 믿어야 하는 것뿐이니까 말이다. 안 그런가?